산림 녹지과장을 떠난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번 의성군 산불을 바라보며, 2023년 풍양면 산불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한순간의 부주의로 인해 막대한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발생한 현실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타깝게 지켜보았을 것이다.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의성에서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졌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울진과 영양, 청송뿐만 아니라, 전통문화 유산을 보유한 안동, 영주, 예천, 의성, 그리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주왕산 국립공원까지 불길에 휩싸였다.
특히, 신라 신문왕 시대인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1,300년 역사의 고찰 고운사마저 잿더미가 되는 등 경북 북부 지역이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과거 산불의 주요 원인은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묘지에서의 촛불 사용, 담뱃불, 제사 음식 데우기 등 개인의 부주의가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업인들은 산불 감시원의 철저한 관리 아래 있어 불법 소각 행위가 줄었지만, 감시가 미치지 않는 산속에서 행해지는 개인적인 행위가 이번 산불과 같은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산림 내 불법 소각 행위에 대해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에 그친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해를 초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처벌조차 산불 예방 효과를 거두기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경북에 일어난 대형 산불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철저한 예방 조치와 함께 처벌 수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과태료를 대폭 인상하고, 징역형과 벌금형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산림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황폐화되었으나, 1960년대부터 시작된 녹화사업을 통해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울창한 숲으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인해 서울 면적의 80%에 해당하는 4만 8,150ha가 불타버렸다. 한순간의 부주의가 수십 년간 가꿔온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타산지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번 의성군에서 시작한 산불로 희생된, 경북에서만 사망 27명, 경남에서 4명, 또한, 중경상자 37명 등, 5개 시군에 걸친 대형산 불로 피해를 입은 유족과 국민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하며, 동시에 산불 진화에 불철주야 고생하신 산불 진화 관계자 모든분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2,400여 세대, 8,000여 명의 이재민이 임시 거주 시설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주택과 공장, 창고 등 3,481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즉각 재난지역을 선포했으나, 보다 신속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다시 한번 국민 모두가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희생된 분들의 영면을 기원하며,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